인터넷이 도래하기 전까지 온라인 게시판, 또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행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시간을 아무리 앞으로 당겨도 3-40 년 전쯤의 일인데다가, 아직 아무도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아, 블로그에 쓰는 글은 학술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수필이라는 장르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긴 합니다만, 그마저도 큰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굳이 어려운 분들이 말씀하시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성공하는 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본인도 만족하며 가치가 있는 글은, 물론 더욱 더 쓰기 어렵고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한데다가, 성공하는 글은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간에 상충되는 요소도 많아, 그러한 글을 쓰지 못한 제게는 정말로 다룰수 없는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망콘콘이 글을 쓴다면 잘 쓰려나 싶지만요.
그렇다면, 그냥 글. 아무렇게나 써도 좋을법한 글을 쓰는데, 그것은 왜 어려운가.
글을 쓴다면, 일차적으로 소재가 필요한데, 그것을 선정하는것 자체가 제법 어렵다는 것부터 이야기 해볼까요. 세상에 일은 제법 많이 일어나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법한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고, 그 소재를 정리해서 글감으로 만들고, 다시 그 글감을 자신의 블로그 색에 맞추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난감한 일입니다. 또한 그러한 과정중에서, 이 블로그에는 이 소재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내치는것도 필요하고요.
제가 출첵하는 블로그중 하나인 아방가르드 님의 블로그는 꾸준히 차, 차, 그리고 다시 차.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이런 블로그에 카메라 이야기는 그럭저럭 납득할지도 모르지만, 노트북 이야기라면 좀 안어울릴지도 모르고, 자전거 이야기라면 많이 안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 슬프게도 저는 이 모든 주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
소재를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들어줄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춰서 글을 써야 할지] 이 문제에 대해서 블로그는, 그리고 인터넷은 전혀 답을 주지 않습니다. 글을 읽을 이가 누구인지, 어느 수준에 맞춰야 할지. 굉장히 난감한 문제입니다. 독자가 읽기 싫은 내용을 무심결에 다룰수도 있고, 독자의 수준에는 너무 어려운, 혹은 독자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다룰수도 있고. 일반론으로는 최대한 난이도를 낮게, 쉽게 쓰는것이 방문객에게는 친절하다는 느낌과 함께 인기 블로거로의 지름길로 Skysummer님 블로그와 같은 형태를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자신] 의 블로그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난이도 있는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요. 미스터 술탄님의 멋진 갑옷 블로그쯤 되면 [좋은 블로그입니다. 그러나 읽지는 않았습니다] 라는 소리가 키보드에 절로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글을 썼지만, 여기에 이미지를 결합시킨다던가 하는 노력을 추가적으로 기울이는 노력도 상당합니다. 현대는 이미지의 시대. 실은 이렇게 길게 길게 길게 글을 쓰느니 프리젠테이션 젠 처럼 이미지와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가지는 텍스트] 만으로 구성하는게 솔직히 읽기도 쉽고 그렇습니다. 텍스트를 이미지의 일종으로 쓰는건데, 내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독자에게 주는 [무형의 정보량] 은 오히려 증대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게 그 옛날 도시조님 블로그나 망콘콘 블로그, 혹은 아돌군님 블로그나 파란-피님 블로그 스타일이죠. 미묘하게 덕후블로그가 많다는게 특색인데, 시각화가 쉽고 소위 말하는 [짤방감] 이 많다는게 원동력이겠지요. 원류를 찾자면 나오키씨가 나올지도요.
물론 이 법칙은 상당한 예외가 있습니다. 허지웅님이나, 요즘 이글루스 쿨게이 연합, 또는 기타 다른 커넥션 연계를 추진중이신 주요 정치 블로거들께서는 이미지 한장도 없을때도 많지만 그들의 블로그는 늘 만선이니까요. 넵 물론 저도 잘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노력들을 거쳐 글을 써서 올릴때, [자기 검열] 의 영역이 남습니다.
허지웅님은 솔로가 된 노래를 부르시고, 애드맨님은 발정난 나의 도시에서 건강을 염려하십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까지 내놓고 어디까지 하지 말아야 하는가] 라는 개인정보 공개에 대한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정책]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만, 이 기준이 어디 법령에 써진게 아닌 이상 기분에 따라서 글을 안 올리고 백지로 돌릴때도 있겠지요.
이런저런 문제들을 다 넘겼는데, 하필이면 소재가 시간에 의존적인 소재였는데 시간이 지났다던가 (소위 말하는 떡밥이 쉬었다는 경우) 를 포함한 잡다한 문제들이 있어 포스팅이 그대로 암흑으로 묻히는 경우도 있고...
... 마지막으로, [왜 내가 블로깅을 하고 있지?] 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요.
보통은 몇가지로 정리할수 있을겁니다.
일기장 - 공감조차도 요구하지 않는, 트랙백/핑백/덧글 비허용, 방명록도 없음, 비공개블로그. 왜 쓰는지는 잘 모르겠음.
관심의 노예 - 공감을 요구하기 위해 글을 쓰는 블로거. 실은 이쪽이 대다수.
낚시꾼 - 그저 리플을 낚기 위해 글을 쓰는 블로거. 포스팅당 30건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블로그중에는 은근히 이런 타입의 블로그가 꽤 있음.
계도, 홍보, 포교, 뭐 기타 등등 - 내 이야기를 들어! 라는 타입. 진명행, 다비, 혹은 swbae...
잡캐 - 이도저도그도 아닌 타입.
근성 - 성향이야 일기장과 비슷하지만, 단일주제만 죽어라 파고드는 타입. 일기장의 관심주제가 [자기 자신의 일상] 이라면 이쪽은 [정보]. Ex - IMINT & Analysis
그래픽으로 보면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만들어놓고 보니 좀 이상한데, 관심을 [댓글요구도], 공감도를 [글쓴이의 주장과 반대될때 삭제될/반박당할 가능성]으로 보시면 조금 더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근접하리라 생각됩니다. 계도용 블로그는 이러한 가설로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면도 있긴 합니다. 주장에 대해서 전혀 피드백을 하지 않는 케이스도 상당수 있으니까요.
이 중에서 자기가 어느쪽에 속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 답을 구하지 못한다면, 블로그를 접는 경우도 상당수 되겠지요.
대충, 이런저런그런 노력을 거친 끝에야, 간신히 우리는 블로그에 [한개의 글] 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할 수 있을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블로그에 글을 쓴다. 라는 행동은 어떤것인가요?